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참 좋아하는 시다. 모든 것은 이름을 가지고 불려져야 그것으로 인식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요즘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남한테 설명할 일이 많아진다. 그럴 때마다 어버버 할 때가 많다. 분명 내가 개발할 때 사용했던 개념들이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거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설명을 못한다.

그 이름으로 불렸을 때 내가 그것으로 인식을 못하는 것이다. 모르는 거지... ㅇㅇ 이건 모르는 거... 문제는 누구나 아는 그 용어를 가지고 대화하는데 서로 다르게 이해하거나, 개념을 알아도 그게 그거다 라고 인식을 못하면 comm.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건 명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한다. 한두 번 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여러 번 봤는데 이름을 모른다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은 개발자들이 알아야 할 기술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 용어들도 넘쳐난다. 하물며 영어로 된 축약어도 많다. 하지만 기본적인 용어들을 다른 사람에게 명확히 설명할 정도의 개념 정리와 (내가 개발하고 있는) 특정 도메인의 용어 정도는 평소에도 정리하자. 개발 혼자 할 거 아니면 정리하자.

 

p.s. 한동안 TV에서는 청소년 세대의 신조어들을 퀴즈로 내고 그랬었다. 위 글을 쓰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신조어들을 "왜 내가 알아야 돼?"라고 했었는데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런 생각을 하다니?!?!) 여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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